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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이야기

미국 고속도로 이야기 - 카풀 레인(Car pool lane)

Renesys 2019. 4. 21. 17:36

미국은 육상 대중교통이 정말 안 좋기로 유명한 나라다. 대도시 권역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수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은 중단거리 이동은 자동차 위주, 장거리는 항공기를 사용한 교통 시스템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버스와 같은 기타 육상 대중교통 대신 1가구 1자동차의 추세를 타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철도 인프라보다는 도로 인프라가 아주 강하게 발달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고속도로다.

미국 서부의 최대 도시지역인 LA 지역을 예로 들자면 고속도로는 기본적으로 왕복 10차선 이상의 폭을 갖고 있다. 이 스펙으로도 부족해 매일 출퇴근 시간이 되면 14차선이나 되는 고속도로가 양방향 모두 막혀있는 진풍경을 보게 된다. 고속도로가 그물망처럼 잘 짜여져 있어 LA권역 어디로든 갈 수 있으며 이곳에서 운전하려면 주요 고속도로 번호는 외우고 다녀야한다. 또한 미국의 고속도로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시스템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지금부터 설명할 카풀 레인(Car Pool Lane)이다.

 

 

카풀 레인은 우리나라의 고속버스 중앙차선이랑 비슷하다. 고속도로의 1차선이 카풀 레인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 2차선까지 사용될 수도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까만 바탕에 흰색 다이아몬드가 카풀레인의 표식이다. 한국의 중앙차선 제도와 다른 점이라면 카풀 레인은 일반 승용차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2인 이상을 태운 차량이라면 카풀 레인을 이용할 수 있다.

혼자 운전하고 있는 차량이 카풀 레인에서 운전하다가는 어디선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경찰에게 걸릴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법이 엄격하고 운전 벌칙금이 어마어마하니 모험하지 말고 지키라는 거는 잘 지키면서 사는 편이 좋다. 특히 캘리포니아라면 더더욱.

 

 

 

카풀 레인은 진입할 수 있는 구간이 정해져 있다. 흰색 점선으로 표시된 구간에서만 진입이 가능하며 사진처럼 노란선으로 그려진 구간에서는 진입이나 진출이 금지되어 있다. 시도하다가 경찰에게 적발되면 역시나 벌금형.

 

어떤곳은 아예 콘크리트 벽으로 분리시켜 놓아 진입/진출을 완전 차단해버렸다. 이렇게 진입/진출이 제한되고 1차선만 사용한다는 특징 때문에 카풀 레인 내에서는 추월을 못한다는 단점이 생긴다. 빠르게 달리고 싶어도 앞의 차가 느리게 간다면 다음 진입/진출 구간까지는 꽁무니만 졸졸 따라가야 된다. 운이 나쁜 경우 카풀 레인은 막히고 일반 차선들이 더 빠른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풀 레인이 유용한 이유는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카풀 레인만을 위한 전용 진출입로가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가장 바깥차선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카풀 레인은 별도의 진출 차선이 존재한다. 고속도로를 갈아타거나 나가기 위해 일부러 바깥 차선까지 선로를 변경할 필요가 없으며 차선을 변경할 때 생기는 사고의 위험성이나 감속 요소들을 없애 가능한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 미국에 와서 이걸 보고 엄청 놀랐었다. 도로 가장자리와 중앙에서 동시에 분기되어 뻗어 나가는 도로가 있다니... 카풀 레인 전용 램프가 있는 고속도로 분기점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분기점에 비해 훨신 복잡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다만 카풀 레인은 Interstate 고속도로가 건설된 이후 나중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따라서 일부 분기점은 부지 확보 문제로 카풀레인 전용 램프가 없다. 또한 GPS는 차량이 카풀 레인은 달리는지 일반 차선을 달리는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지 않아서 네비게이션 정보에서도 카풀 레인 전용 램프 안내는 빼고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주민이면 카풀 레인 램프가 어디있는지 훤히 알고 사용하겠지만 초행길인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갈아타기 위해 카풀 레인을 빠져나와 일반 차선을 모두 건너 램프를 타는 수고를 할 경우도 있다.

또한 위에서 말했듯이 카풀 레인이 일반 차선보다 더 막히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것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교통체증을 하드웨어를 높여 해결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이것을 뒷받침 해줄 소프트웨어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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