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Motivation
13. 히로시마 원폭 돔 / 나가타야 본문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여기 온거라 우선 배부터 채운다. 히로시마는 오코노미야끼가 유명한데 간사이 지방과는 만드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 가게인 나가타야.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는지 영어 메뉴를 보고 있으면 아예 점원이 영어로 주문을 받는다. 일본 와서 영어로 주문한 건 여기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코노미야끼는 위 사진처럼 눈앞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생각보다 만들어지는 속도는 느린 편.
가장 기본 메뉴로 보이는 오리지날 오코노미야끼를 주문했다. 맨 밑에 소바가 있고 숙주나물 등 야채를 올린 다음 밀가루 반죽, 파 계란을 얹는다. 사진으로 보면 왠지 작아보이는데 실제로는 1.5인분 느낌으로 양이 많았다.
철판에서 구워진 것을 적당히 잘라 소스와 마요네즈를 취향에 맞게 뿌려먹는다. 맛있지만 소스 맛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데 가도 비슷한 맛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타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 유명한 원폭 돔이 있다.
원래 이 건물은 상업 전시관이었는데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폭심지에서 가까이 있던 건물이었다. 때문에 충격을 수직으로 받아 건물 일부가 그대로 남게 된 것.
붕괴를 막기위해 여러가지 구조물로 건물을 버티고 있었는데 건물 주변에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마저 그대로 놓아 많이 신경쓰며 관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견학을 오는 학생들도 엄청 많았는데 규모로 봐서는 한 학교 이상이 여기 온 것 같았다. 한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이들이 하고 있는 과제. 원폭돔 주변에 있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영어로 이 곳을 설명하는 듯 했다. 설명과 함께 여기에 와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는 듯. 여기서 대상이 된 외국인 관광객은 전부 서양인이다. 동양인은 일본인과 비슷해서 얘네들이 말을 안 걸었다고 생각하자...
실제 폭심지는 원폭돔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어느 병원 앞이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는 원폭 당시 희생된 한국인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있다. 다른 글을 보면 엄청 외진 곳에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안내판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히로시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업도시였는데 군항인 구레항을 끼고 있어 군수품을 많이 생산했다. 이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한국에서 히로시마로 일하러 왔던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었고 이들도 폭격에 희생되었다. 이후 1970년 재일동포에 의해 이 곳에 위령비가 세워졌다.
위령비 주변에는 몇몇 가이드를 낀 일본인 그룹이 이 곳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있어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몇몇 단어를 들었을 때는 나름 진솔한 설명을 해주는 것 같았다.
평화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공간 한 가운데에 평화도시 기념비가 있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고 가이드를 동반한 서양인 단체 관광객도 있었다. 가이드가 하는 말을 살짝 엿들어보니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이 곳에 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얘기했으며...."
정면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설계한 듯, 원폭돔이 조형물 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여기 적힌 문구
"편안히 잠드십시오.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이것말고도 더 노골적인 것도 많았다
전체적으로 원폭을 맞은 결과에 설명이 집중되어 있고 왜 원폭을 맞게 되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가이드들 역시 결과물에 대한 설명, 특히 오바마의 2015년 연설을 인용하는데 당시 국내외 언론의 걱정대로 일본은 이것을 미국의 사과로 해석하고 열심히 홍보하는 모양새였다.
학생들이 원폭 돔에 견학을 와서 서양인들 위주로 체험활동을 시키는 것은 일본이 어떤 자세로 일제시대와 태평양 전쟁을 보며 교육을 시키는지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자신들이 피해를 입힌 아시아 국가들은 외면하면서 서양 국가, 특히 미국을 향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중적인 태도. 그리고 일본제국의 상징을 가판대 전면에 내세워 판매하는 행동. 모르면서 했다면 멍청한거고 알면서 한거면 위험한 일본의 행동을 어디서부터 돌려세워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