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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이야기

코레일은 돈 벌 의지가 있는가?

Renesys 2019. 4. 21. 17:26

* 이 글은 2018년 6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며칠 전 기분 전환 겸 내려갈 때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올라올 때는 KTX를 타고 부산 당일치기를 갔다왔다. KTX가 문제점이 많은게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조금 심각하다고 느꼈다.

1. 지연을 줄이기 위해 전체 소요시간을 늘림

KTX는 영업 속도를 305km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300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일반 선로와 합류 등으로 지연을 피하기 어려워지자 아예 소요시간을 늘려서 정시 운행률을 높이는 이상한 운영을 하고 있다. 300km는 지연 발생 시 회복 운전 때만 하고 실제로는 270km 선에서 다니는 것이다. 직접 타 본 결과 270은 간신히 넘기고 대부분 250~260 선에서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운전하면서 과연 영업속도를 300으로 표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전체적으로 주행속도를 낮추면서 소요시간이 고속철도답지 않게 된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현재 KTX는 서울~부산 약 400km를 가는데 2시간 15분 정도 걸리는데, 같은 시간에 500km정도 달리는 신칸센에 비하면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신칸센은 운행속도가 285km로 KTX보다 느린 것이 아이러니. 게다가 2시간 15분이라는 시간도 하루에 몇 대 없는 서울-대전-동대구-부산에만 정차하는 KTX 기준이고 실제 대부분의 열차는 저기서 몇몇 역을 더 정차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대다.
물론, 동력 방식이 서로 다른 KTX와 신칸센 열차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KTX의 소요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문제점이다. 코레일도 이 점을 알고 있기에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도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2. KTX는 그 가격을 주고 탈만한가?

위와 같이 소요시간은 점점 늘어나는데 비해 가격은 그렇게 합리적이지도 않다. 아래 표는 서울 종각역에서 부산 서면역까지 대략적인 가격과 소요시간이다.

 

KTX

프리미엄 고속버스

저가항공사 (김포~김해)

가격

59800 (47000)

44000 (37000)

65000 (53000)

소요시간

2시간 30분 (+30분)

4시간 20분 (+50분)

1시간 (+1시간 50분)

가격에서 괄호는 미리 예약했을 때 대략적인 할인가격이며 소요시간에서 괄호 안의 시간은 역이나 터미널까지 가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항공편은 체크인 시간도 포함했다. 4시간이 넘어가는 고속버스는 좀 그렇고 사실상 KTX와 저가항공사가 서로 경쟁관계다. 원래 서울~부산 정도의 거리에서는 고속철도가 항공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한다. KTX가 우위를 확실하게 잡지 못한다는 것은 어딘가 허술하게 운영을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심지어 할인 가격이라고 써놓은 47000원도 아침이나 저녁 늦은 시간대에 많으며 대부분은 정가에 마일리지를 얹어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론 그 마일리지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위에서 고속버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경쟁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출장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이라면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비교대상에 들어올 수 있다. 타기 전에는 프리미엄 고속버스에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실제 탑승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좌석이 편해 닭장으로 놀림받는 KTX 일반석이나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비하면 편의성 측면에서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옆 나라 일본이 워낙 대단해서 그렇지 KTX 정도면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운영을 잘하는 축에 속한다. 다만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을 뿐이지. 하지만 밑의 주제는 좀 얘기가 다르다.

 

3. 미흡한 부정승차 단속

예전부터 인터넷에서 KTX 꿀팁이라고 올라오는 글 중에 타자마자 화장실에 박혀서 검표를 피하면 된다는 글이 있었다. 읽을 때는 이런 인간들도 있구나하면서 넘겼는데 이번에 실제로 그 상황을 겪었다. 동대구 쯤에 잠겨있던 화장실이 천안아산을 지날때까지 잠겨 있던 것. 누가 봐도 무임승차인 것 같아 승무원에게 확인 요청을 드렸다. 화장실에서 사람이 나오긴 했는데 뭐라고 둘러댔는지 검표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갔고 그대로 서울까지 왔다. 탔던 시간이 늦은 밤이라 그랬는지 고작 1명이랑 싸우기 귀찮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의심가는 승객을 검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실망스러웠다. 자원봉사 수준 요금인 무궁화호에서도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이건 코레일의 달러박스인 KTX다. 여기서도 검표를 소홀히 한다면 과연 코레일이 돈을 벌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의 무임승차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찰구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 일본이나 유럽의 철도역을 보면 대부분 개찰구를 거쳐 개표하는 반면 한국은 온전히 승객의 양심에 의존하는 방식인데 paid area까지 아무런 제제 없이 들어갈 수 있으니 걸리지만 않으면 무임승차는 식은 죽 먹기다.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인데 한국보다 여객철도 서비스가 낮은 미국과 비교를 한다는 것이 크게 도움되진 않는다. 게다가 엄벌주의가 강한 미국은 적발 시 벌금을 강하게 물리는데 한국은 그렇지도 못하다.
사실 10여년 전만 해도 일반철도에도 전철과 같이 전자식 개찰구가 있었으나 개표기와 발권기 유지보수, 티켓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전부 없애고 그 자리에 고객신뢰선을 설치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유지보수보다 무임승차로 오히려 더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닐까? 간이역은 유지보수 문제로 현재와 같은 방식을 유지하되 KTX가 정차하는 대형 역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앱 QR코드 태그 방식의 개찰구를 설치하여 paid area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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